2025-09-10

목차

갓과 로 그리고 저속노화의 삼각형

4시간 반 수면의 함정, 임원들이 주취 상태로 일하는 이유

임원 강의장에서 나온 질문은 언제나 같았다.

“선생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 임원으로 살아남으려면 하루에 4시간 반밖에 못 잡니다.”

네정희원 교수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표정이 스쳤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사회 전체가 얼마나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지 깨닫는다. 사람들은 더 적게 자고 더 오래 일해야 성공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은 정반대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흘에서 보름 정도 7시간 잘 것을 6시간으로, 단 1시간만 줄여도 다음날 아침 두뇌 기능이 소주 한 병을 원샷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혈중알코올농도 0.08%와 동일한 수준이다.

그 임원은 매일 주취 상태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주 두 병을 마시고 하루 종일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당연히 업무 성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치솟으면서 전두엽 기능은 더욱 떨어지고,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술과 담배,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임원이라는 지위는 좋은 음식으로 가득 찬 팬트리에 대한 접근권을 의미했다.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 떨어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은 또다시 상승한다.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즐기면서 살겠다는 로의 두 번째 착각, 도파민 중독의 진실

사회에는 또 다른 부류가 있었다. ‘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즐겁게 살려고 태어났지. 붉고 짧게 살다 죽을 건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 절제로 살아라? 너 같은 사람이 사회에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 꼴배기 싫다.”

이들의 논리는 명확했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즐거움’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즐거움은 설탕 같은 도파민이다. 술, 콜라, 쇼핑 앱에서의 스와이프, 슬롯머신, 틱톡과 유튜브 쇼츠. 이런 활동들은 처음에는 강한 즐거움을 주지만 반대급부는 적다. 문제는 이런 도파민에 중독되면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카인을 이용한 실험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똑같은 용량을 주어도 즐거움의 크기는 점점 줄어든다. 도파민 센서의 감도가 약해지는 것이다. 24시간을 이런 도파민으로 가득 채우면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되고, 결국 즐거움은 사라지고 스트레스 호르몬만 남게 된다.

저속노화의 세 번째 오해, 렌틸콩만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러 있었다.

“저속노화라고 하면 그냥 그야말로 렌틸콩 삶아 먹는 뭐 이런 것만 생각을 합니다.”

유퀴즈 출연 이후 저속노화가 대중화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사람들은 저속노화를 단순한 식단 관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채소 많이 먹고, 콩 많이 먹고, 통곡물 드시고, 붉은 고기는 줄이고, 튀김 안 드시고, 설탕 음료 안 드시고, 저염 식단 유지하기.

하지만 이런 것들은 건강검진 받을 때 맨 뒤에 인쇄되어 나오는 그 뻔한 내용들이었다.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왕복 3시간 출퇴근에 직장에서 15시간씩 일하는 현실에서 삼각김밥 먹고 집에 와서 소주 한 병 원샷하고 자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었다.

세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는 혁신적 발상

네정희원 교수의 주장은 파격적이었다. 갓도 로도 저속노화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로도 즐기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임원도 열심히 하고 승진도 하면서 저속노화도 한다고.”

청중들의 표정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게 되면 뭐 전 세계 사람이 다 바보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교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인간의 구성 원리와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핵심은 자기돌봄을 통한 전면적인 선순환이었다.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통합적 접근을 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혁신적 관점이었다.

뇌 기능과 선순환의 과학

달리기 한 번으로 뇌 기능이 60% 상승하는 놀라운 현실

달리기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극적이었다. 어떤 연구에서는 뇌 기능이 60%나 좋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뇌 기능이 100에서 160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 창의력이 좋아지고, 마리화나와 같은 성분인 엔도칸나비노이드가 분비된다. 도파민과 엔돌핀도 함께 나온다. 네정희원 교수는 실제로 달리면서 글을 쓴다고 했다. 달리기 중에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그냥 타이핑만 하면 된다.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훨씬 적은 시간이 걸렸다. 이것이 바로 고성능 레이스카가 정비를 통해 더 좋은 성능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러너들이 범하는 실수가 있었다. ‘러너의 산업사회 오류’였다. 페이스에 자신을 맞추거나, 거리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었다. 마치 공장에서 기계에 사람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올바른 달리기는 명상이어야 했다. 자신의 몸소리를 들으면서, 머릿속 생각을 느끼고, 관절의 느낌을 느끼고, 해가 떠오르는 풍경과 새소리를 듣는 과정이어야 했다. 무리를 절대 할 수 없는 달리기였다.

최고 수학자들이 하루 4시간만 일한 비밀

데이터는 명확했다. 최고의 성과를 낸 수학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일했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음악을 한 대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4시간 정도를 초집중해서 연습했다.

길게 하지 않고 한 시간 반씩 쪼개서 세 번 정도 했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뭘 했을까? 자동차 메인터넌스처럼 자기 관리를 했다. 근력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그 한 시간 초집중하기 위한 준비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레이스트랙에서 자동차를 메인터넌스 없이 계속 달리면 엔진이 터져버린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지속적인 자기돌봄 없이는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잠도 충분히 잤다. 7시간 잘 것을 6시간으로 단 1시간만 줄여도, 다음날 아침 뇌 기능이 소주 한 병 원샷한 정도로 떨어진다. 주취 상태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호르메틱 곡선, 적당한 스트레스가 만드는 기적

김태우 교수가 제시한 호르메틱 곡선은 생명의 근본 원리를 보여주었다. 인간이나 생명체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자극이 이 곡선을 따라간다.

너무 편하고 안전하기만 하면 근육이 약해진다. 하지만 적당한 정도로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면 근성장이 일어난다. 문제는 너무 과도한 자극을 주면 근육이 오히려 손상된다는 것이었다.

활성산소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없으면 대식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 없고, 고장난 미토콘드리아를 태울 수도 없다. 적당한 활성산소는 운동을 통해 생성되어야 했다. 그럼 운동이 가속노화를 일으키려면 얼마나 해야 할까?

하루에 40km 이상 뛰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마라토너인 엘리우드 킵초게가 하루에 40km 정도를 뛴다. 일반인이 그 수준까지 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좋은 도파민과 나쁜 도파민의 결정적 차이

도파민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었다. 하나는 쭉 올라갔다가 푹 떨어지는 설탕 같은 도파민이고, 다른 하나는 천천히 지속되는 잡곡밥 같은 도파민이었다.

설탕 같은 도파민은 술, 콜라, 쇼핑, 슬롯머신, 틱톡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즐거움이 크고 반대급부가 작지만, 계속 경험하면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진다. 어제까지 즐거웠던 것이 오늘은 재미없어진다.

반면 잡곡밥 같은 도파민은 달리기, 글쓰기, 책읽기, 악기연습, 춤추기에서 나온다. 이런 활동들은 처음에는 약간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주고 반대급부가 없다.

몰입해서 나오는 도파민은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자기 효능감을 느끼면서 몰입하면 스트레스 레벨이 오히려 줄어든다. 괴롭지 않으면서도 많은 양의 산출물을 낼 수 있게 되고, 창의력도 좋아진다. 선순환의 시작점이었다.

100년 인생 시대의 새로운 승리 공식

슈퍼 에이저들의 공통점, 70세부터 시작되는 진짜 리즈 시절

네정희원 교수의 가장 기대되는 리즈 시절은 70세부터 100세까지였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었다.

대규모 인구 집단 연구를 보면, 보통 사람들은 30대 중반에 인지기능, 신체기능, 사회기능, 정서기능이 모두 피크를 찍는다. 그 이후로는 1년에 1%씩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슈퍼 에이저들은 계속 성장한다.

7, 80대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이들을 연구해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계속해서 골디락스 지점에 해당하는 정도의 신체활동, 인지활동, 사회활동을 했다. 불편한 것을 즐겼다. 셋째, 현역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었다.

은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연령 때문에 일하는 것을 노인 빈곤의 결과라고 보지도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사회에서 인정받고, 현금흐름도 만들어내되, 해로운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방식을 추구했다.

IQ는 조금씩 떨어지지만 크리스털 인텔리전스, 즉 결정지능은 계속 좋아질 수 있다. 지혜는 나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었다.

현역 마인드셋과 포트폴리오 인생 설계

100년 시대에는 본캐와 부캐들의 포트폴리오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본캐가 되고, 그 밑에 부캐 1, 2, 3, 4가 있다. 때로는 부캐 2가 본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살면 결정지능이 계속 향상된다. 치매와 노쇠에서 멀어지고, 간병비를 쓸 가능성도 줄어든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갭이 보통 10년인데, 노화 궤적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노화 궤적의 90%는 생활습관으로 결정되고, 10%만 운과 유전자라고 한다. 100년이라는 삶을 굵고 길게 만들 수 있고,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어진다. 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아지고, 현금흐름은 풍부해지고, 돈 나갈 곳은 없어진다. 아프지 않으니 간병비도 들지 않는다. 저절로 부자가 되는 구조였다.

나무의 건강 모델로 보는 진정한 자기 돌봄

네정희원 교수는 인간의 건강을 나무의 건강에 비유했다. 나무가 건강하려면 우선 뿌리가 건강해야 하고, 뿌리가 건강하려면 흙이 건강해야 한다.

흙은 내가 나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 나의 삶의 목표를 만드는 관점, 사회가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 의해 뿌리가 만들어지는데, 뿌리는 내가 삶을 운용하는 원칙이 된다.

줄기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포트폴리오다.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져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것들도 정해져 있다. 그 시간에 무엇을 집어넣느냐, 얼마나 배정하느냐가 중요하다.

겉에서 보이는 것들 - 렌틸콩을 많이 먹고, 두부를 아침으로 먹고, 하루에 10km씩 뛰는 것들은 사실 잎과 열매에 해당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접붙이기 하려고 해도, 줄기와 뿌리가 썩어있으면 접붙이기가 되지 않는다.

생각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였다. 뿌리부터 변화시켜야 진정한 자기돌봄이 가능했다.

습관의 힘, 66일이 만드는 인생 역전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먼저 이성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가속노화에 빠지기 쉬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원시시대를 생각해보면 단 것을 좋아해야 생존할 수 있었다. 쓴 것은 식물 알칼로이드로 독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인간은 미래 가치를 할인하는 경향이 있다. 2년 뒤 100을 가질래, 지금 100을 가질래 하면 대부분 지금 100을 선택한다.

이런 할인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건강 행동을 덜할 가능성이 높다. 마시멜로 테스트와 비슷한 원리였다. 원시시대에는 시간 지평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당장의 생존이 우선이었다.

켄 피셔의 연구에 따르면 주식시장도 보통 최대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만 선반영한다. 24개월 이후는 거의 남의 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임신 10개월과 아이가 걸어서 도망갈 수 있을 때까지 1년 정도, 총 2년 정도가 우리가 내다볼 수 있는 한계였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100년 노화 궤적을 이해하고 체화하면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연구마다 다르지만 보통 66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건강한 식사든 공부든 잠을 잘 자는 것이든, 66일이면 습관 회로가 자리 잡는다.

불편한 것을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그런 것들이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처음 두 달이 어렵지, 그 이후는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었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