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0
목차
혈당의 누명 포도당은 억울한 피해자였다
당뇨병이라는 미스터리의 시작 증상 없는 침묵의 질병
한국의 성인 당뇨 환자 비율이 서구권보다 높다는 충격적인 사실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가 별로 살찌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마른 당뇨라고 불리는 현상도 그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이라는 민족 자체가 당뇨라는 병에 취약한 체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이승훈 교수는 신경과 의사로서 당뇨의 합병증인 뇌졸중을 치료하는 일선에 서 있다. 그가 매일 마주하는 환자들은 모두 같은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왜 나에게 당뇨가 생겼을까?” 그리고 의사들은 한결같이 대답했다. “혈당 관리를 잘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승훈 교수의 눈에는 뭔가 이상했다. 혈당이 정말 범인일까? 당뇨라는 이름부터가 이미 오해의 시작이었다. 당이 나오는 소변이라는 뜻의 당뇨병. 이는 단순히 현상을 설명할 뿐, 진짜 원인을 말해주지 않았다.
“당뇨병의 개념적인 정의도 아니고 그다음에 당뇨병의 원리도 아닙니다.”
과거 의사들은 환자의 소변에서 단맛이 나는 것을 발견하고 당뇨병이라고 진단했다. 혈액 속 포도당이 너무 많아서 신장이 모두 걸러내지 못해 소변으로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포도당이 범인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여겨진 것이다.
포도당의 억울한 변명 나는 범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승훈 교수가 발견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당뇨의 발생 원인은 포도당이 아니라 FFA, 즉 유리 지방산이었다. 포도당은 단지 인질로 잡힌 억울한 피해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세포가 어떻게 포도당을 받아들이는지 알아야 한다. 근육세포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세포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이 필요하지만,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평상시 닫혀 있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인슐린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그제야 GLUT4라는 단백질이 세포막으로 올라와서 문을 열어준다. 이때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인슐린은 마치 “포도당 가져가라”는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뇌는 예외다. 뇌에는 인슐린 수용체가 없다. 포도당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인슐린과 무관하게 항상 일정하게 가져간다. 뇌에게 포도당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공항 비유로 본 당뇨의 진실 게이트가 문제였다
이승훈 교수는 AI의 도움을 받아 절묘한 비유를 만들어냈다. 공항에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 승객들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승객들이 바로 포도당이다. 그들이 타려는 비행기는 근육세포이고, 게이트는 인슐린이 여는 통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승객들이 게이트를 통해 질서정연하게 비행기에 탑승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게이트가 고장 났다고 생각해보자. 승객들은 여전히 계속 몰려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순박한 승객들은 계속 온단 말이에요. 비행기도 멀쩡하게 있단 말이에요. 근데 이 게이트가 망가졌어.”
승객들은 공항 대합실에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들은 원래 이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빨리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그들은 공항 시설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편의점을 털고, 쓰레기를 버리고, 난동을 피운다.
이것이 바로 염증이다. 포도당들이 혈관에 머물면서 혈관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포도당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갈 곳을 잃고 혈액에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숨겨진 진범의 정체 지방산과 인슐린 저항성의 음모
유리 지방산의 배신 지방세포에서 흘러나온 독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인슐린의 게이트를 고장내는 것일까? 진짜 범인은 바로 **유리 지방산(FFA, Free Fatty Acid)**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인슐린의 신호 전달 체계를 파괴하는지 그 과정은 마치 첩보영화를 보는 듯했다.
유리 지방산은 우리가 먹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 안의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이들이 근육과 심장에 에너지원으로 공급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방은 9칼로리나 되는 고효율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지속적으로 움직일 때 꼭 필요한 연료다.
하지만 문제는 지방세포가 너무 많아져서 유리 지방산이 과도하게 혈액으로 쏟아져 나올 때 발생한다. 지방세포가 많다는 것은 곧 비만을 의미한다. 특히 내장 지방이 문제가 된다.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 사람도 배 속 장간막 주변에 지방이 껴 있으면 위험하다.
“완전히 얼굴도 마르고 삐쪽 말라고 팔도 긴데 배를 봤게 이제 장간이라고 하는 장 주변에 있는 막에 엄청나게 지방이 껴 가지고”
내장 지방은 피하 지방보다 훨씬 악질이다. 내장 지방에서 나오는 유리 지방산은 인슐린의 기능을 더욱 강력하게 방해한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함정 신호 전달의 파괴
유리 지방산이 세포에 많아지면 아실글리세롤이라는 물질이 증가한다. 이는 다시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내고, 세포 내부에서 여러 가지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PKC(Protein Kinase C)라는 효소가 활성화된다.
이 PKC야말로 진짜 악역이다. PKC가 활성화되면 인슐린의 신호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IRS1이라는 단백질을 공격한다. 원래 IRS1은 세린 인산화되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PKC가 이를 타이로신 인산화로 바꿔버린다.
“얘를 망가뜨린다는 얘기예요. 얘를 작동 못 하게 해.”
결국 인슐린이 아무리 “GLUT4야, 나와라!”하고 외쳐도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몸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며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근본적인 문제인 신호 전달 장애는 해결되지 않는다.
비만이 만든 악순환 내장 지방이 진짜 악역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비만이었다. 비만, 특히 내장 비만이 유리 지방산의 과다 분비를 일으키고,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고, 그 결과 혈당이 올라가서 당뇨병이 되는 것이다.
이승훈 교수는 명확하게 선언했다. “당뇨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만이에요.” 간접적인 연관성이 아니라 직접적인 인과관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혈당이 아무리 많아도 인슐린이 정상 작동하고 유리 지방산이 적정 수준이라면 근육세포는 오히려 신날 것이다. “와, 먹을 거 많다!”라고 말이다. 문제는 혈당이 아니라 그 혈당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고장 난 것이었다.
의사들이 당뇨를 치료할 때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내장 지방을 없애는 것이다. 환자를 가둬놓고 살을 빼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차선책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을 처방한다.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결과만 관리하는 셈이다.
“환자의 당을 그냥 인정하고 당뇨를 계속 치료합시다라고 하는게”
하지만 당뇨가 된 지 얼마 안 된 환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철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살을 빼면 당뇨는 사라진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치료다.
과당의 배신 달콤한 독의 정체
과당의 치명적 특성 무조건 지방으로 가는 운명
이제 또 다른 숨겨진 범인의 정체를 파헤쳐볼 시간이다. 바로 **과당(Fructose)**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일에 있는 당”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어원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과당은 명확한 화학명을 가진 특정한 당분이다.
과당과 포도당은 겉보기에 거의 똑같다. 분자 구조상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이 두 물질을 완전히 다르게 처리한다. 그 차이가 바로 비만과 건강의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포도당은 복잡하고 정교한 대사 과정을 거친다. 글루코스-6-포스페이트를 거쳐 TCA 회로로 들어가서 ATP라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는 여러 단계의 브레이크가 있다. 포도당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잠깐, 너무 많으니까 글리코겐으로 저장하자”라고 멈춘다. 글리코겐 창고도 꽉 차면 “그럼 이번엔 정말 멈춰”라고 또 멈춘다.
하지만 과당은 다르다. 과당은 이런 브레이크가 전혀 없다. 그냥 쭉쭉 내려가서 바로 지방으로 변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과당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간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육은 아예 못 받아요. 과당이세요? 아 저리 가세요. 안 받아.”
근육, 심장 등 우리 몸의 대부분 조직은 과당에 대한 수용체가 아예 없다. 오직 간만 과당을 받아준다. 그런데 간에서 과당이 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지방으로 바뀌는 것이다.
액상과당의 음모 미국을 뚱뚱하게 만든 범인
1957년, 일본의 과학자 다카키 요시유키가 포도당 이성화 효소를 발견했다.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이 발견은 전 세계 비만 역사를 바꿔놓았다. 이 효소를 사용하면 포도당을 과당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옥수수가 넘쳐났다. 설탕은 열대지방의 사탕수수나 온대지방의 사탕무에서만 나왔기 때문에 비쌌다. 하지만 옥수수는 쓰레기처럼 많았다. 문제는 옥수수의 전분은 포도당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단맛이 부족하고 가공하기도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런데 포도당을 과당으로 바꿀 수 있다면? 과당은 포도당보다 1.5배 더 달고, 액체 상태로 만들기도 쉬웠다. 음식 업계에게는 꿈같은 재료였다. 더 달고, 가공하기 쉽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싸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HFCS(High Fructose Corn Syrup), 즉 액상과당이다. HFCS 42는 과당 42%로 제빵업에 사용되고, HFCS 55는 과당 55%로 청량음료에 들어간다.
“미국이 그때부터 음식물 가공식품에 액과당을 어마어마하게 놓기 시작을 합니다.”
결과는 참혹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그렇게 뚱뚱하지 않았다. 1950-60년대 미국 영화를 보면 모두들 멋쟁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 비만율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액상과당이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미국인들이 과당을 미친 듯이 섭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카콜라에게 “액상과당 대신 설탕을 쓰라”고 한 것은 어떻게 보면 과학적으로 옳은 조치였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섞인 것이지만, 액상과당보다는 과당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과일의 이중성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그렇다면 과일은 어떨까? 과일에는 분명 좋은 성분들이 많다.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들이 풍부하다. 하지만 과당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과는 과당이 71%, 포도는 53%, 딸기는 52%다. 설탕보다 과당 비율이 훨씬 높다. 복숭아만이 5:5 정도로 설탕과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과일은 과당이 되게 풍부해요.”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과일들이다. 품종 개량을 통해 점점 더 달게 만들어왔다. 달다는 것은 곧 과당이 많다는 뜻이다. 유럽의 유기농 과일은 우리 기준으로는 시큼하고 덜 달다. 하지만 우리 과일은 “한국 과일 최고”라고 자랑할 정도로 달다. 그만큼 과당 함량이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과일을 아예 먹지 말아야 할까? 이승훈 교수는 섬세한 답을 제시한다. 당뇨가 잘 관리되는 사람은 과일을 먹어도 되지만,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은 과일도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일의 좋은 성분들이 필요하다면 야채로 대체할 수 있다. 당근, 셀러리, 상추, 양상추, 양파 등에는 과당과 포도당이 거의 없으면서도 섬유질과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다.
과일이 우리에게 달게 느껴지는 이유도 진화적 배경이 있다. 인류는 30만 년 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했다. 비가 많이 와서 일주일간 사냥을 할 수 없다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과일을 발견하면 빨리 많이 먹어서 지방으로 저장해야 했다. 과당을 지방으로 바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매일 과일을 먹는다. 과일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 기아를 버티기 위해 먹던 과일을 매일 디저트로 먹고 있는 셈이다.
혈당 스파이크라는 허상 과잉 의료화의 함정
글루코스 가디스의 등장 33살 인플루언서가 만든 신화
혈당 스파이크라는 용어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놀랍게도 이 용어는 의학적 정의가 아예 없다. 의사들이 만든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만들었을까?
주인공은 제시 샤우스(Jessie Inchauspé)라는 프랑스 여성이다. 현재 33살인 그녀는 수학, 통계,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의사는 아니다. 23앤드미(23andMe)라는 회사에 제품 관리자로 입사했는데, 이 회사가 연속 혈당 모니터를 만드는 곳이었다.
그녀는 직원으로서 제품을 써보게 되었고, 밥을 먹으면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자신을 “글루코스 가디스(Glucose Goddess)”, 즉 포도당의 여신이라고 부르며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500만 팔로워라는 엄청난 인기를 얻은 그녀는 2022년 『글루코스 레볼루션(Glucose Revolution)』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넘게 팔리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분이 포도당 스파이크란 이름을 붙였어요.”
그녀의 논리는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다. 밥을 먹으면 혈당이 급상승한다. 필요한 것보다 많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나와서 혈당을 잡아간다. 그러면 지방으로 쌓인다. 따라서 혈당 스파이크를 잡아야 살이 빠진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논리가 절반만 맞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녀가 이를 상업화했다는 점이다. 안티스파이크 포뮬러라는 제품을 팔기 시작했고, 연속 혈당 측정기 판매가 폭증했다.
의학계의 경고 측정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미국 의학계는 이 현상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9년 사이언스지는 “당뇨 전단계 전쟁: 제약회사에게는 좋은 의료가 맞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 자체가 비판적 어조를 담고 있다.
하버드 의대의 로버트 슈멀링 교수는 2024년 더욱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당뇨가 없는데 혈당 모니터링이 필요한 거예요, 도대체?”
그는 “나는 혈당 모니터링이 당뇨 없는 사람에게서 이 사람의 건강을 좋게 해줬다는 어떤 연구도 찾아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제조업체들이 과학적 근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FDA 허가를 받았으니 열심히 팔 것이고, 의사들은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측정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정보로 환자들이 불안해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슈멀링 교수는 의학의 오래된 격언을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네가 뭔가를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이 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의사들에게 해주던 말인데,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해서 측정이 너무 쉬워졌기 때문이다.
진짜 필요한 사람들 당뇨 환자에게는 생명줄이다
그렇다면 연속 혈당 측정기가 완전히 무용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첫째, 당뇨 환자들이다. 이들에게는 혈당 관리가 생사의 문제다. 특히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저혈당의 위험이 크다. 인슐린을 맞았는데 식사를 제대로 못 하면 혈당이 너무 떨어져서 뇌에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는다. 뇌는 포도당 없이는 즉시 기능을 멈추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당뇨 환자의 가장 큰 사망 원인입니다.”
둘째, 당뇨 전단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시작한 단계이므로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비만 등 고위험군이다. 이들은 당뇨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관리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인, 특히 20-30대 여성들이 혈당 스파이크를 걱정하며 연속 혈당 측정기를 차고 다니는 것은 불필요하다. 정상인에게는 일시적인 혈당 상승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항에 승객이 몰릴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는 것처럼, 혈당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만성 고혈당이다. 이는 당화혈색소로 확인할 수 있다.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이 검사가 훨씬 의미 있다. 1년에 한 번, 많아도 2개월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훨씬 저렴하다.
결국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은 **과잉 의료화(Medicalization)**의 대표적인 예다. 의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마케팅과 결합해서 건강한 사람들을 환자로 만드는 현상이다. 정작 진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런 트렌드에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진실은 간단하다. 포도당은 억울한 피해자이고, 과당이 진짜 범인이며, 혈당 스파이크는 허상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과당 섭취를 줄이고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