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8

목차

중앙은행, 마지막 사회주의자들의 금리 통제 실험

1990년대 통화정책의 180도 전환, 그 배후의 진실

1990년대. 세계 경제사에 한 획을 긋는 변곡점이었다. 그동안 통화량 관리에 집중했던 중앙은행들이 갑자기 정책 기조를 180도 바꿨다. 금리 정책으로의 전환. 표면적으로는 경제 안정을 위한 진화로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실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통화량 관리에서 금리 통제로.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었다. 시장 경제의 근본 원리를 뒤흔드는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과거에는 지준율 규제를 통해 은행의 대출 총량을 제한했다. 대출이 늘어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준율 규제를 없애버리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출 총량에 제약이 사라지자 통화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게 됐다. 중앙은행은 이제 금리라는 단 하나의 레버만으로 경제 전체를 조종하려 했다. 마치 거대한 교향악단을 지휘봉 하나로만 통제하려는 것과 같았다. 이 변화의 타이밍이 묘하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바로 구소련이 붕괴하고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개인의 시간 선호가 만나 형성되는 금리의 본질

금리란 무엇인가? 시간에 대한 선호다. 현재 소비는 언제나 미래 소비보다 선호된다. 당장의 즐거움을 나중의 즐거움보다 모두가 선호한다. 같은 값이면 지금 써야 한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러한 시간 선호의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있다. 첫째, 잉여 생산물의 크기다. 내가 지금 잉여 생산물이 많으면 굳이 지금 당장 소비할 필요가 없다. 시간 선호가 떨어진다. 반면 잉여 생산물이 거의 없다면? 지금 내가 먹을 것도 없는데 누구에게 저축할 여유가 있겠는가? 빌려줄 여유는 더욱 없다. 그렇게 되면 금리가 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둘째, 개인의 의지력이다. 잉여 생산물과 상관없이 “나는 정말 지금 조금 소비를 줄이더라도 나중에 정말 더 많은 소비를 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셋째,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전망이 좋으면 미룰 수 있다. “나중에 훨씬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지금 소비를 줄이고 나중에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반대로 당장 내일이 망한다면? 오늘 무조건 써야 한다. 터져버리더라도.

소수 현자들이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모순

여기서 근본적인 모순이 드러난다. 시장 경제에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서 결정된다. 개개인의 시간 선호가 합쳐져서 금리가 결정되고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질서다.

그런데 중앙은행이라는 소셜 플래너, 소수의 현자들이 모여서 시장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것이 바로 “중앙은행의 마지막 사회주의자”라는 과격한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수많은 개개인들의 시간 선호, 잉여 생산물의 크기, 의지와 전망 같은 것들을 소수의 관료가 판단하는 것이 애초에 가능한가? 설사 모든 것을 파악하더라도 수많은 하이어라키를 거쳐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로스가 어마어마하게 생긴다.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 불가능성 정리의 핵심이다.

다른 특정 재화의 가격도 아니고, 모든 경제에 정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금리를 중앙에서 몇 명이 결정한다. 이 패러다임이 바뀔 때 도대체 왜 그랬을까?

역사적 아이러니, 사회주의 붕괴와 중앙은행 통제의 시작

타이밍이 참 교묘하다. 공교롭게도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이 구소련이 붕괴하고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시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자유주의의 중심지인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금리, 즉 가격을 통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부채 의존 경제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부채 의존 경제에서는 부채로 자산 가격이 지탱되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중앙은행 입장에서 어떤 액션이 필요할까? 금리가 계속 내려가야 한다. 금리를 낮춰야 한다.

그 전에 통화량 중심으로 했을 때는 금리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됐다. 특히 장기금리 같은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제 금리를 직접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금융화가 급격하게 심화된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다. 볼커 시절만 해도 인플레이션이라 하면 재화 인플레이션과 자산 인플레이션 두 가지를 다 봤다. 그런데 1990년대 그린스펀 시절 들어서부터는 자산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싹 다 빠져버렸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자산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데, 자산 인플레이션은 그냥 놔둬 버린 것이다.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할 때도 거의 재화 인플레이션만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본인들이 의식했든 안 했든, 자산 가격을 지키지 않으면 부채 의존 경제는 붕괴되기 때문에 이런 정책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책이 금리 중심으로 바뀌는 시점부터 물가 타겟팅에서 자산을 빼버린다는 것이다.

부채 의존 경제가 만든 기업과 개인의 변화

재무공학이 본업을 집어삼킨 기업들의 몰락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행태도 완전히 바뀌었다. 잭 웰치를 기억하는가? 소위 미스터 구조조정, 미스터 중성자탄이라 불리며 직원을 10%씩 자르던 그 사람 말이다. 잭 웰치는 기업의 본업을 영위한다기보다는 수많은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했다 팔았다 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그때 기업을 매각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딱 하나였다. ROE였다. ROE가 주가로 직결되니까 말이다. ROE, 즉 자기자본수익률이 상위 20% 안에 안 들면 일정 기간 내에 무조건 다 팔았다. 그러다 보니 본연의 수익 창출이 아닌 숫자 자체가 기업의 목표가 됐다.

그다음이 최근 미국의 자사주 매입 열풍이다. 우리나라는 자사주 매입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잘 모르지만, 최근 미국의 자사주 매입은 정말 엄청나다. 자사주 매입을 하는 이유는 ROE를 높이기 위해서다.

본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경제적 실질은 똑같다. 재무이론에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주주들이 강요하는 이유는 소위 대리인 비용 때문이다. 미국은 주주들과 기업 경영진이 분리됐다. 기업에서 돈을 벌어들인 것에서 투자할 것 다 하고 그래도 돈이 남으면, 그것을 잉여 현금(프리 캐시플로)이라고 한다.

프리 캐시플로가 많으면 반드시 경영진이 딴 짓을 한다. 전용기를 구입하거나 주주 이익으로 귀속되지도 않을 펫 프로젝트(자기가 선호하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다. 돈이 남으니까. 그래서 투자할 것은 당연히 하고 그래도 남으면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 매입을 하라는 것이 재무이론의 기본 원칙이다.

보잉의 파산 위기, ROE 숭배가 부른 참사

보잉 사례는 아주 특이하다. 프리 캐시플로에서 배당을 한 것이 아니고, 대출을 어마어마하게 받아서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다. 이것은 애초에 재무이론과도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외부에서 차입을 하면 외부 조달 비용이 있다. 정보 비대칭 때문에 사실 비싸게 조달해서 쓸데없이 배당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보면 훼손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싼 자금 조달 비용은 내부 자금이다. 이미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있는데 그것을 놔두고 왜 부채를 조달할 필요가 있나? 부채는 어차피 바깥에서 조달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기업 내부 사정은 기업이 제일 잘 알고, 돈을 빌려주는 쪽은 기업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거기에 플러스 정보 비대칭 비용을 얹어서 빌려주게 된다.

이것은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일치시키지 않은 것이다. 재무이론에 어긋나는, 손실인 셈이다. 보잉이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흑자 기업이었다. 그러면 경영고가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터져서 여행 수요가 극감하니까 한 해 적자가 났다.

한 해 적자 난다고 20년 동안 흑자 낸 회사가 파산할 수는 없다. 그런데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는데 정부가 구제했다. 이게 왜 그런가 하면, 그동안 부채를 엄청 늘려서 계속 자사주를 소각하는 바람에 부채가 1998년 240억 달러에서 2018년 1,770억 달러로 늘어났다.

부채가 필요 없던 기업이 부채로 이렇게 흔들린 것이다. 그 돈 가지고 자사주를 사서 다 소각하는 바람에 자기자본이 123억 달러에서 4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자기자본 비율이 0.3%**다. 대마불사 은행보다 더 낮다.

공교롭게도 보잉의 경영진들이 잭 웰치 사단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잭 웰치 사단에 속한 재무 기술자들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보잉에서 사고가 엄청나게 나지 않나? 이런 것들이 본업인 경영을 통해서 주가를 높이는 것보다는 재무 기술자들이 들어가서 ROE 높이는 데 주력하다 보니까 기업 문화도 다 망가진 것이다.

주주와 근로자 몫의 제로섬 게임

ROE를 높이려면 주주 몫을 늘려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배분되는 주체가 네 군데 있다. 첫 번째로는 주주, 그다음에 채권자, 그다음에 근로자, 정부다. 채권자는 이자를 받아가는 것이고, 정부는 세금을 받아간다.

채권자가 받아가는 몫인 이자율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정하는 세율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주주 몫과 근로자의 몫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주주 몫과 근로자의 몫을 조정함으로써 주주 몫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근로자 몫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똑같은 돈이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까 근로자 몫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자동화, 세계화가 막 엄청나게 가속화되는 것이다. 대신에 이런 자동화 세계화를 통해서 주주 몫을 끌어올릴 슈퍼맨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근로자 몫은 줄고, 슈퍼맨 한 명한테 주는 몫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다.

CEO 보상 300배 시대의 도래

근로자 평균 임금에 대비해서 CEO 보상이 몇 배나 되는가를 보면 최근에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 300배 가까이 높아졌는데 공교롭게도 이것도 1990년대부터다. 금융화가 고착화된 것이 90년대부터라고 했는데, 90년대부터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이게 꼭 나쁜 것이냐고 질문을 하면 이것은 가치 판단의 문제다. 한때 경영학의 구루라고 하는 피터 드러커가 그런 말을 했다. “최고 경영진의 보상이 일반 근로자 평균 보상의 20배를 넘어가면 반드시 그 기업은 망하게 된다.”

이것은 현상적으로는 틀린 얘기다. 지금 300배까지 가고 있으니까. 그런데 피터 드러커가 한 취지는 알겠다. 모든 것이 경영진 혼자서 사실 결정되는 것은 없다. 다 어우러져서 여러 공동체가 같이… 물론 최종 결정의 무게는 CEO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긴 한데, 이게 과연 300배 정도까지 가는 것이… 정답은 없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기관 투자자들도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이렇게 할 때 ROE가 높아지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주주들이 통제를 안 하는 것이다. 주주들도 다 단기 이익에 지금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가가 조금이라도 하락하게 되면 부채가 너무 쌓여 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는 경제 체제가 붕괴되니까. 그래서 주주들, 중앙은행, 정부, 일반 경제 주체들이 다들 자산 가격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워낙 레버리지를 끝까지 쓰고 있게 되니까.

극단적 양극화가 부르는 사회적 위기

1979년부터 40년간 벌어진 소득 격차의 확대

1979년부터 2019년 기간 동안 가계 소득을 보면 하위 10%는 46% 늘어났다. 그런데 최상위 1%는 236% 늘어났다. 소득 양극화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1990년 이후에 이런 보상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소득 양극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최상위로 가면 소득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그런데 그 자리는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슈퍼맨 자리에 올라야 하는데, 슈퍼맨이라는 것이 사실 2등과 큰 차이가 없다. 약간의 능력 차이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슈퍼맨과 루저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어릴 때부터 치열한 교육 전쟁이 벌어진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미국도 요즘 어마무시하다. 그리고 탈락한 대다수는 가난한 중산층으로 간다.

그러면 슈퍼맨은 행복할까? 한병철 교수와 다니엘 마코비츠(예일대 로스쿨 교수)가 쓴 『메리토크러시 트랩』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메리토크러시(능력주의)는 결국 지적 능력에다가 성실함이 두 가지가 결합돼야 한다. 그 성실함이라는 것이 잠시도 방심하면 안 된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끝까지 긴장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까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그 물질이 여러 가지로 인류에게 편한 물질이 많이 생산됐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인적 자본이 좀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병철 교수와 다니엘 마코비츠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오늘날 오히려 인적 자원들이 끊임없이 자기를 착취하기 때문에 오히려 쉼이 더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슈퍼맨도 결코 정말 행복한 승리자는 아니다.

하위 50% 자산 점유율 2%, 사실상 무자산 계층

소득 양극화와 함께 자산 양극화도 심각하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가계 순자산 변화를 보면 하위 50%는 65% 늘어났다. 그런데 상위 10%는 240% 늘어났다. 그 결과 하위 50%는 그 전에도 자산은 거의 안 가지고 있었다. 4%밖에 없었는데 지금 2%밖에 없다. 자산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아주 극단적인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결국 부채 의존 경제에서 자산 가격을 지켜내려는 결과로 극단적인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산층 소멸과 민주주의 위기

중산층이라는 것이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이 계속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층으로 점점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산층이라 하면 그래도 한 상위 70~80% 정도는 돼야 하는 건데, 상위 10%가 너무 커지다 보니까 중산층이 가지는 몫이 상대적으로 계속 줄고 있다. 그런 사회가 사회 통합이 되기는 어렵다.

사실 완전한 자유시장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 조금씩 조금씩 그것을 완화해 가면서 보완해 가는데, 그 보완의 정도가 조금 강한 시절이 있고 좀 약한 시절이 있다. 지금 주권국가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어차피 시장이 완전한 시장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정글이 될 것이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될 것이고, 정부가 나서서 기본 인프라 그다음에 소유권을 인정해 준다든지 이런 법적인 인프라를 깔아야 그 위에서 시장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고, 거기다 분배에서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이냐 정부가… 그것에 따라서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정부가 분배에 실패했다기보다는 부채가 너무 늘어난 데 따른 결과가 아닌가 보고 있다.

젊은 세대의 자본주의 체제 불신 확산

금융 시스템은 계속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먼저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미국이야말로 자유주의의 본산이다. 그런데 미국에서조차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이 높아진다는 그런 여론 조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번에 갤럽에서 조사한 것을 봤는데 젊은 층들 중에 사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절반이 안 된다. 최근에는 말이다. 최근에 트럼프 같은 후보도 있지만, 이번에 뉴욕 시장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사람처럼 맘단이 같은 친구들이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은 옛날에도 많이 있었다. 아무도 표를 안 줬을 뿐이다. 대통령은 못 되고 시장은 안 돼서 그렇지. 그런데 그런 아웃라이어 중에 한 명인데 그런 사람이 젊은 사람들한테 몰표를 받아서 당선이 됐다. 그것이 이런 극단적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가 벌어진 것이 그런 토양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양극화 얘기를 하는데 손 두 손 모으고 가만히 있어야지 저것이 왜 나쁘냐고 질문하는 친구는 있었지만 감히 방송에서 진행을 못 했다. 그런데 이제 요즘은 이렇게 생기고 있다.

사람들의 배분에 대한 그 한도를 조금 넘어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강건하게 뿌리를 내렸던 시기를 보면 1940년대 이후부터 한 80년대까지 중산층이 그만큼 두텁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중산층이라는 것이…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이 계속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회 통합이 되기는 어렵다. 중산층이 하위 50%는 거의 자산이 없고, 상위 10%는 너무 커지다 보니까 중산층이 가지는 몫이 상대적으로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무형 자산 시대의 본업과 부업 역전

밸류에이션 불가능한 자산들의 급증

자산 가격을 지탱하게 하려고 하면 무형 자산의 비중이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집이나 주식은 유형 자산에 속한다. 유형 자산은 다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다.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이 그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수익이 얼마나 창출되는가 아니면 유틸리티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 이것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무형 자산은 무엇인가? 가상자산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는가? 그래서 계속 거품이고 쓰레기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가상자산의 가격은 이론적으로 어떻게 보면 거품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끝도 없이 올라갈 수도 있다.

비트코인 20개로 반포 아파트를 사는데, 반포 아파트가 거품인가? 비트코인이 거품인가? 비트코인은 밸류에이션이 안 된다. 우리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반포 아파트가 더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 반포 아파트 한 개와 비트코인 20개가 교환되는 이 상황이 반포 아파트가 거품인지 비트코인이 거품인지…

자산이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보면 자산이란 것이 자기가 어떤 것을 배타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자기 혼자서 수익이나 유틸리티를 누릴 수 있는 그것이 자산이지 않은가? 바이 데피니션 그렇다. 그런데 가상자산 갖고 있다고 우리가 캐시플로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틸리티가… 글쎄, 가격 오른다고 해서 뭔가 모르겠다.

일부 기술 기업의 주식도 마찬가지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술 기업들이 막 급등하고 이런 것들이 있다. 밸류에이션이 안 되는 기업들인 것이다. 그다음에 제일 황당했던 것이 NFT다.

디지털 예술 작품을… 디지털로 그림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면 누구나 보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산이라는 것이 배타적 소유권이다. 배타적 소유권이 없는 것이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기만 누리기 때문에 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건데, 누구나 누리는데 이것이 원본이라는 것 하나 찍어준다고 NFT 가격이 아주 급등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결국 유형 자산은 펀더멘털이란 것이 있고 좀 오버밸류에이션이 될 때도 있지만 강남 아파트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격과 괴리가 벌어지는 것이 한계가 있다. 그런데 무형 자산은 이런 한계를 아예 없애버린다.

전 국민 애널리스트화 현상의 등장

최근 들어서 무형 자산이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것이 결국은 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나고 늘어난 통화량들이 갈 곳이 없다 보니까 이런 쪽으로 다 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결국 최근 들어서 생겨나는 무형 자산의 증가라는 것은 부채 의존 경제 외연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무형 자산 가격이 높아지면 그것을 담보로 또 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 부채 의존 경제가 계속 돌아갈 수 있게 소위 영구 기관처럼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출이 동반되지 않는 자산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무형 자산의 가치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요즘에, 특히 젊은 친구들이. 너무 안타까워 보인다.

조금 정말 이것이 본업에 충실했으면 좋겠는데… 상상계다. 이건. 판타지 소설을 쓰는 것 같다. 안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

실제로 우리나라 40~50대만 돼도 회사에서 받는 연봉보다 연봉의 변동폭보다 자기가 갖고 있는 자산을 굴려서 얻거나 잃는 폭이 더 커진다. 비교가 안 된다. 특히 부동산 이런 것 하면 비교가 안 된다. 레버리지까지 써서 하는 것이니까.

FIRE 열풍과 생산 활동 기피

부채 의존 경제가 되면 자산 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오른다. 토마 피케티가 발견한 중요한 결과 중 하나가 본업에서 얻는 소득보다 자산 소득이 훨씬 빠르게 지난 100여 년간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이것이 분배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다른 관점에서 이것이 부채 때문이다, 부채 때문에 자산이 올라서 이런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뭔가 자기 뒤처지면 큰일 난다. 그다음에 FIRE가 사실 젊은이들의 목표가 돼버렸다. 서점에도 검색을 해 보니까 FIRE에 대한 책들이 그냥 막 쏟아져 나오더라.

사실 FIRE라는 것이 그냥 빨리 한탕 자산 늘려서 이 찌지한 생산 활동에서 탈출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것이 정말 이것이 사회적으로 건강한 사회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참 지금 인적 자본을 축적할 30~40대들이 인적 자본 축적해야 할 나이인데, 인적 자본 축적은 내팽개치고 전부 자산 가격에 몰입하는 것… 그래서 이번에 책 쓰고 조금 젊은 독자들이 연락을 해 와서 몇 명 만나기도 했는데, 너무 열심히 산다.

요즘 젊은이들 너무 열심히 산다. 금융회사에 다닌 친구들도 아니고 일반 기업에 다닌 친구들인데 아침에 7시 전에 일어난다. 새벽에 일어나서 7시에 일어나서 미국의 주식 시장 다 듣고 한국의 주식 시장 전망하는 것 듣고 그다음 매크로 책 사서 공부하고, 심지어는 이것 재테크 잘하려고 자산운용사 시험을 봐서 자격증도 갖고 이런 친구들이 있더라.

지금 20대 30대 40대 상당수가 본업과는 상관없이 전 국민이 지금 애널리스트가 되고 있다. 나는 이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인지 정말 잘 모르겠다.

구성의 오류, 개인 최적화가 사회 총합을 해치다

우리는 본업에 충실하고 살다 보니까 그냥 어느 정도 집이 생기고 그냥 집도 구하게 되고 이렇게 됐다. 세상 돌아가는 것 하나도 모르고 IMF 맞았고 외환이 뭔지 몰랐고 리만 사태 때도 우리는 그런 상품 팔지도 못해서 다행히…

지금처럼 부채로 인해서 자산이 계속 오르게 되면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최적이다.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안 그러면 뒤처지는데. 그런데 그것이 다 모이고 나면 어떨까? 사회적인 총합은… 그것은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다.

개개인은 다 합리적으로 최적 활동을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혹은 조금 더 크게 나가면 전 세계적으로는 굉장히 지금 안 좋아지고 있다. 한 명 한 명은 다 열심히 사는데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GDP가 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지금 그렇게 열심히 더 사는데… 훨씬 열심히 살죠. 한 100배 열심히 사니까 그나마 지금의 GDP가 나오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마이너스였을 것이다.

퇴근하고도 투잡 쓰리잡 하는 친구들도 많더라.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겠는가? 우리 애들, 이런 세대가 너무 힘들게 살아갈 것 같아서 참 그것이 좀 안타까워 보인다. 삶의 질은 혹은 소득도 그렇고 다 좋아졌는데, 식생활도 지금 그 투잡 쓰리잡 하는 분이 나보다 더 잘 먹을 것 같다. 집에 가면 뭘 못 먹겠는가? 뻔하다 뭐… 두부밖에 안 먹는다. 나이가 들어서 이제…

그러니까 그분들이 옷도 더 나보다 비싼 것 입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까? 그러니까 그것이 사회의 문제다. 자산 가격이라는 것이 진짜 심각하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집을 살 수 없다는 공포감이 있어서… 그것이 궁극의 목표는 자산 중에 하나 집이다. 자기가 살 터전이거든. 굉장히 불안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집값을 내가 쫓아갈 수 있을까?

코인으로 벌든 주식으로 벌든 결국은 부동산으로 온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엄청나게 항의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소득을 축적해서는 집을 살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중간에 뭔가 점프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코인을 못 하게 하면 왜 사다리를 걷어차느냐는 이런 심정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부채 금융 시스템, 부채 의존적 경제가 결국 자산 가격의 상승을 자꾸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혹은 자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부채 경제가 무너지니까… 두 개가 마치 쌍둥이처럼 같이 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이 심해져서 정치 지형이 굉장히 불안정해질 것 같다. 결국은 뭔가 부작용이 생길 것 같다. 이런 현상들이… 유럽도 다 그렇고 극단적이다. 중간이 없지 않은가? 다 두텁게 형성됐던 중산층들이 다 없어지면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진 자가 되거나… 그러면서 극단적으로 싸운다. 남미가 저렇게 오랫동안 그 사회가 정치가 분열된 것도 중산층이 일찍감치 소멸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금융 자체적인 위기는 버티더라도 다른 식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이 더 악화돼서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계속 부채 늘리고 자산 가격을 더 펌핑했다가는 이것이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 그래서 자꾸 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늘리는 것을 계속 제동을 걸어야 되고, 더 이상 자산 가격이 불합리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지양해야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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