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8
목차
콜레스테롤의 진실과 우리 몸의 작동원리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드는 필수 영양소
많은 사람들이 콜레스테롤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스스로 합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식물에서 콜레스테롤을 직접 가져오기는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포도당을 이용해 몸에서 직접 만드는 콜레스테롤이다.
간은 자기가 스스로 콜레스테롤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들어온 콜레스테롤을 받아서 필요한 세포에 보내는 택배 역할을 한다. 이때 사용되는 택배 상자가 바로 VLDL(Very Low-Density Lipoprotein)이며, 지방을 주고 나면 콜레스테롤이 농축된 형태인 LDL(Low-Density Lipoprotein)로 변화한다.
“먹는 콜레스테롤보다 몸에서 포도당을 가지고 합성하는 콜레스테롤을 우리 몸은 훨씬 더 중요하게 활용한다”
이것이 바로 뉴스에서 “콜레스테롤을 엄청 먹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 몸은 음식보다는 자체 생산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막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생존에 필수적
콜레스테롤이 왜 이렇게 중요한가? 첫 번째 이유는 모든 세포막의 필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세포막은 이중 인지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포화 지방산이 들어가면 세포막이 뻣뻣해지고,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가면 유연해진다. 콜레스테롤은 이 사이에 끼어들어가 투과성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높은 온도에서는 세포막을 뻣뻣하게 만들어 안정성을 높이고, 낮은 온도에서는 유연하게 만들어 기능을 유지한다. 이런 조절 기능 때문에 모든 세포는 콜레스테롤을 반드시 일정 비율로 포함해야 하며, 부족하면 스스로 포도당에서 합성해낸다.
두 번째로 중요한 역할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부신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남성의 고환과 여성의 난소에서는 각각 성호르몬을 만든다. 이런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호르몬들의 기본 재료가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동맥경화의 진짜 원인과 LDL 콜레스테롤의 역할
콜레스테롤이 좋은 것이라면 왜 문제가 될까? 핵심은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에 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먹고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콜레스테롤을 합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을 VLDL로 내보냈는데, 세포들이 “이미 충분하다”며 받기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간도 이를 다시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LDL 콜레스테롤이 혈액 안에서 떠돌아다니게 된다. 이때 고혈압, 흡연, 음주 등으로 손상된 혈관벽이 있다면, 갈 곳 없는 LDL 콜레스테롤이 그 틈에 박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박힌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서 썩어버린다는 것이다. 썩은 콜레스테롤은 강한 염증성 물질로 변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대식세포가 나서지만 너무 많아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대식세포가 터지면서 더 큰 염증을 일으키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실제 동맥경화 병변을 보면 안에 콜레스테롤이 가득 차 있다. 따라서 혈관벽 손상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본 고지혈증의 본질
왜 우리 몸은 이렇게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들까?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답이 명확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지 35만 년, 농경사회가 시작된 지 1만 년,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제대로 먹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년에 불과하다.
“35만 년 동안 굶어왔던 수렵채집 생활에서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잘 축적하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았다”
우리 몸에 각인된 진화적 압박은 ‘어떻게든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축적하라’는 것이다. 현재도 약간 비만한 사람이 여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더 좋고 더 오래 산다는 연구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몸은 여전히 수렵채집 시대의 원시인이며, 100-200년의 풍요로운 생활로는 이런 체질이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고지혈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개인차에 가깝다. IQ처럼 타고난 특성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 특성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수렵채집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으므로, 의학적으로 콜레스테롤 합성을 조절할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스타틴 개발의 역사와 과학적 근거
기존 콜레스테롤 약물들의 참담한 실패
스타틴이 나오기 전까지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려는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1990년 발표된 메타분석을 보면 그 참담함을 알 수 있다. 클로피브레이트라는 약은 뇌졸중 환자가 대조군 4명에서 치료군 7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나이아신을 투여한 그룹은 대조군 1명 사망에서 5명 사망으로 늘었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서 당시 의학계는 “콜레스테롤 조절은 위험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환자에게 주는 것이 위험한 독약 수준이었던 것이다.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안전하게 조절할 방법이 전혀 없어 의학계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밝힌 콜레스테롤 대사의 비밀
전환점은 196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콘라드 블로흐와 파이더 리넨의 연구였다. 이들은 지방산과 콜레스테롤 대사의 전체 과정을 밝혀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콜레스테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지식은 거의 모두 이들의 연구 결과다.
1985년에는 또 다시 콜레스테롤 연구로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마이클 브라운과 조제프 골드스타인이 LDL 수용체의 존재를 밝혀낸 것이다. 간이 혈액을 돌아다니는 LDL 콜레스테롤을 다시 회수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고, 이는 콜레스테롤 대사의 조절 과정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되었다.
노벨 생리의학상에서 콜레스테롤 연구로 두 번이나 상을 준 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인류 건강에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런 기초 연구가 있었기에 스타틴과 같은 혁신적인 약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키라 엔도 박사의 혁신적 발견
실제로 스타틴을 만든 사람은 일본의 아키라 엔도 박사다. 산쿄 제약회사(현재 다이이치 산쿄)에서 연구하던 그는 1964년의 콜레스테롤 대사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콜레스테롤 합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HMG-CoA 리덕타제라는 효소였다. 이 효소는 속도결정단계(rate-limiting step)에서 작용하여 전체 콜레스테롤 합성량을 결정한다. 엔도 박사는 “이 효소를 억제하면 콜레스테롤 생산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개발한 첫 번째 스타틴이 메바스타틴이었다. 하지만 전임상 독성시험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상용화되지 못했다. 엔도 박사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고, 이를 바탕으로 머크사가 로바스타틴을, BMS사가 프라바스타틴을 개발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틴의 아버지인 엔도 박사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08년 래스커 임상의학연구상을 받았지만 노벨상은 받지 못했고, 거대한 수익을 올린 제약회사들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했다.
임상시험으로 증명된 놀라운 효과
스타틴의 진정한 성공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2000년대 들어 임상시험 방법론이 크게 발전하면서, 몇 천 명에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엄격한 3상 임상시험이 표준이 되었다.
SPARCL 연구는 뇌졸중이나 전조증상이 있던 환자들에게 고용량 아토바스타틴을 투여한 연구였다.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뇌졸중 재발률이 16% 감소, 심근경색은 42%나 감소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JUPITER 연구였다. 이 연구는 심혈관 질환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 50세 이상 남성과 60세 이상 여성 중에서 CRP(염증 지표)가 높은 사람들만 선별했다. 이들에게 로수바스타틴을 투여했더니 효과가 너무 좋아서 임상시험을 중도에 중단해야 했다.
“정상인을 대상으로 1.9년간 진행했는데, 심근경색 발생률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이런 결과를 보고 의사들은 스타틴을 ‘기적의 약’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임상시험에서 성공한 약물은 의학사에 유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스타틴의 부작용과 안전성의 진실
세리바스타틴 사건이 남긴 공포와 오해
스타틴의 성공 가도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바로 세리바스타틴이었다. 바이엘에서 개발한 이 약은 다른 스타틴보다 콜레스테롤을 더 강력하게 떨어뜨렸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났다.
세리바스타틴으로 인한 횡문근융해증 사망 사례가 31건 보고되었다. 980만 명이 복용했다고 하면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다른 스타틴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았다. 아토바스타틴은 1억 4천만 명이 복용해서 6명, 로바스타틴은 5천 2백만 명이 복용해서 14명이었는데, 세리바스타틴은 상대적으로 훨씬 위험했다.
횡문근융해증이 왜 위험한가? 근육이 파괴되면 미오글로빈이라는 물질이 혈액으로 대량 방출된다. 이 물질들이 신장으로 가서 신장의 세뇨관을 막아버린다. 덩치가 큰 물질들이라 걸러지지 않고, 결국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바이엘은 결국 세리바스타틴을 시장에서 회수했고, 이 사건으로 인해 모든 의사들이 스타틴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 “다른 스타틴도 횡문근융해증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퍼졌다.
근육통과 횡문근융해증의 실제 위험도
하지만 세리바스타틴 사건 이후 모든 임상시험에서 횡문근융해증을 철저히 모니터링한 결과, 현재 사용되는 스타틴들은 대조군에 비해 횡문근융해증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횡문근융해증까지는 아니지만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검사상으로는 정상이지만 환자들이 “근육이 아프다”, “몸이 이상하다”고 호소한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했지만, 데이터를 모아보니 의미 있는 증가가 확인되었다.
왜 근육통이 생길까? 스타틴은 간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포에 들어간다. 우리 몸에서 대사가 가장 활발한 장기가 간이고, 두 번째가 근육이다. 근육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스타틴이 두 번째로 많이 가는 곳이 근육이 된다.
근육 세포는 간세포와 달리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세포막이 손상될 일이 많아서 보수할 일도 많다. 그런데 콜레스테롤 합성이 억제되면 세포막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통이 생기며, 심한 경우 근육 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
또한 환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것이 쥐가 난다는 증상이다. 근육이 제대로 이완되지 못하고 갑자기 수축하는 현상으로, 이 역시 스타틴의 잘 알려진 부작용이다.
당뇨 발생 위험과 그 의미
스타틴의 또 다른 부작용은 당뇨 발생 위험 증가다. JUPITER 연구에서 당뇨가 없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스타틴 그룹에서 270명, 대조군에서 216명이 새로 당뇨가 발생했다. 50명 정도 더 많이 생긴 것으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였다.
헤모글로빈 A1C 수치를 보면 스타틴 그룹이 5.9, 대조군이 5.8로 0.1 차이였다. 정상 범위 내의 작은 차이지만, 17,000명이라는 대규모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로 인정된다.
왜 당뇨가 생길까? 스타틴이 췌장에도 들어가서 콜레스테롤 합성과 관련된 대사를 방해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췌장은 인슐린과 글루카곤 같은 중요한 호르몬을 만드는 곳인데, 인슐린 생합성이 방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기는 당뇨는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고, 스타틴을 중단하면 회복될 수 있다. 의사들은 “당뇨가 생겨봐야 치료하기 쉬운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의 당뇨에 대한 공포를 생각하면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치매 관련 논란의 과학적 해답
스타틴을 복용하면 치매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타당한 우려다. 뇌세포는 콜레스테롤을 매우 많이 필요로 한다. 오메가-3와 함께 뇌 기능에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이다.
스타틴이 뇌세포에도 들어가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면, 근육과 마찬가지로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FDA에서도 한때 고용량 로수바스타틴에 대해 기억력 손상 관련 경고를 내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여러 연구를 합쳐서 분석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스타틴을 복용한 그룹에서 치매가 오히려 20% 예방되었고, 알츠하이머 치매는 32% 예방되었다.
“모든 연구를 합쳤을 때 인지 기능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 참여자들이 대부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콜레스테롤이 너무 없으면 뇌 기능에 문제가 되지만, 대개는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뇌의 작은 혈관들의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아밀로이드 침착을 줄여서 전체적으로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미래의 고지혈증 치료
전 세계 의학계의 치료 가이드라인
2018년 미국 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을 보면 스타틴 사용에 대한 의학계의 입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이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고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이하로 낮추라고 되어 있다. 방법은 “맥시멀 스타틴”, 즉 최고 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에제티미브를 추가하고, 그래도 안 되면 PCSK9 억제제까지 사용해서 어떻게든 70 이하로 낮추라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유럽에서는 더 엄격해서 55mg/dL 이하로 낮추라는 기준도 나왔다.
우리나라 지질동맥경화학회의 가이드라인도 비슷하다. 일반인들의 LDL 콜레스테롤이 보통 100-130mg/dL인데, 위험도에 따라 목표치가 달라진다. 관상동맥질환이 있으면 55 이하, 뇌졸중이나 다른 동맥경화가 있으면 70 이하, 당뇨만 있어도 1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뇌졸중이 생기면 거의 100% 고지혈증 환자가 된다. 낮춰야 할 기준이 70 이하인데 일반인들이 보통 100-130이 나오기 때문”
따라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환자들은 거의 무조건 스타틴을 복용하게 된다. 이는 의사의 과잉처방이 아니라 전 세계 의학계가 합의한 과학적 근거 기반 치료법이다.
새로운 치료 옵션들의 등장
스타틴 외에도 새로운 약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에제티미브는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차단하는 약으로, 스타틴과 함께 사용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 단독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스타틴으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때 추가로 사용한다.
PCSK9 억제제는 혁신적인 약물이다. 간세포의 LDL 수용체를 억제하는 PCSK9라는 단백질을 단일클론항체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레파타(암젠)와 프라룬트(사노피) 등이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떨어뜨린다. 단점은 2주에 한 번씩 자가주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혁신적인 것은 인클리시란이라는 약물이다. 소형 간섭 RNA(siRNA) 기술을 이용한 약으로, 첫해에는 6개월에 한 번, 그 다음부터는 1년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 노바티스가 개발 회사를 10조원 이상에 인수할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런 약물들의 장점은 간에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근육이나 뇌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서 스타틴의 부작용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곧 우리나라에 출시될 예정인 벰도산은 또 다른 방식이다. HMG-CoA 리덕타제가 아닌 그 윗단계의 ACAT 효소를 억제하는데, 이 효소는 간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근육통 같은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약효는 스타틴과 거의 비슷하면서 부작용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어, 스타틴 불내성 환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 치료의 중요성
고지혈증은 앞서 설명했듯이 개인차에 가깝다. IQ처럼 타고난 특성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위험 요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고, 치료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지혈증 자체를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진화적으로는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었고, 현재도 어느 정도의 콜레스테롤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현대적 식생활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과다 생산이다.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수준은 개인차다. 일시적으로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긴장을 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는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고위험 환자들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약물 치료를 통해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길이다.
의사 처방에 따른 올바른 약물 사용
스타틴에 대한 공포가 많지만, 중요한 사실은 스타틴은 일반의약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고, 따라서 의사가 처방했다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의사들이 스타틴을 처방하는 이유는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스타틴은 국내 제약회사에서 제네릭으로 생산하고 있다.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오리지널 회사들은 이미 특허가 만료되어 수익이 거의 없다.
스타틴 처방의 근거는 수십 년간 축적된 과학적 증거와 전 세계 의학계의 합의된 가이드라인이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약물이며, 수많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물론 부작용이 있다. 근육통, 당뇨 발생 위험, 간 손상 가능성 등이 있다. 하지만 위험 대비 이익을 고려할 때 고위험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다.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여 본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약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조만간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약물들이 나올 예정이니, 현재 스타틴을 견디기 힘든 환자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